9월 R: 스테이블코인, 3,000개 은행이 동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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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이 만들어지자 은행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2026년 9월 16일, 미국 금융시장에서 눈여겨볼 만한 발표가 나왔다. Coinbase와 Stablecore가 미국의 지역은행과 신용조합이 디지털자산 거래, 커스터디, 스테이블코인 기반 서비스를 기존 은행 시스템 안에서 제공할 수 있도록 협력한다고 발표한 것이다.

숫자가 눈에 띈다. Stablecore는 미국 은행 소프트웨어 기업 Jack Henry의 Banno Digital Toolkit에 통합돼 있다. 이를 통해 3,000개 이상의 지역은행과 신용조합이 Stablecore의 디지털자산 서비스를 도입할 수 있는 경로가 열렸다. Coinbase는 이 서비스의 거래와 커스터디 인프라를 제공한다.

여기서 정확하게 구분할 것이 있다. 3,000개 은행이 이미 스테이블코인을 도입했다는 뜻은 아니다. 3,000개 이상의 금융기관이 기존 디지털뱅킹 환경에서 이를 도입할 수 있는 유통망이 만들어졌다는 의미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도 중요한 변화다. 실제로 텍사스의 Amarillo National Bank는 Stablecore를 통해 고객에게 디지털자산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초기 금융기관 가운데 하나로 참여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스테이블코인은 은행이 경계해야 할 암호자산의 하나였다. 그런데 이제 스테이블코인이 은행의 문 안으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변화의 출발점에는 2026년 7월 18일 발효된 미국의 GENIUS Act가 있다. GENIUS Act는 지급결제용 스테이블코인(payment stablecoin)에 대한 미국 최초의 연방 차원의 포괄적 규제체계를 만들었다. 누가 발행할 수 있는지, 준비자산은 어떻게 보유해야 하는지, 상환은 어떻게 보장해야 하는지, 어떤 감독을 받아야 하는지에 대한 기본 틀이 마련됐다.

법 하나가 스테이블코인의 기술을 바꾼 것은 아니다. USDC가 갑자기 더 빨라진 것도 아니고 블록체인 기술이 하루아침에 발전한 것도 아니다.

바뀐 것은 불확실성이다.

그동안 은행의 입장에서는 스테이블코인을 이용하고 싶어도 규제가 어떻게 바뀔지 알기 어려웠다. 어떤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지, 어떤 책임을 져야 하는지, 규제당국이 어디까지 허용할지가 불분명했다. 금융에서 불확실성은 비용이다. 규제의 경계가 분명해지면 기업은 투자할 수 있고, 은행은 상품을 설계할 수 있으며, 기술기업은 금융기관과 연결할 수 있다.

그래서 Regulation은 단순히 기업을 통제하는 힘만이 아니다. 좋은 규제는 새로운 시장이 움직일 수 있는 레일을 깔아준다. GENIUS Act 이후 나타나고 있는 변화가 바로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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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3,000개 지역은행이 중요한가

이번 변화에서 더 흥미로운 것은 JPMorgan이나 Bank of America 같은 초대형 은행만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미국에는 수많은 지역은행과 신용조합이 있다. 이들은 고객과의 관계에서는 강하지만 새로운 디지털 금융 인프라를 직접 개발하기에는 규모와 비용의 한계가 있다.

스테이블코인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거래 시스템, 지갑, 커스터디, 규제준수, 자금세탁방지, 보안 등 복잡한 기능이 필요하다. 개별 지역은행이 이것을 모두 만드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여기에 Coinbase와 Stablecore 같은 기업이 들어온다. Stablecore는 은행이 고객에게 보여주는 서비스 계층을 제공하고, Coinbase는 그 뒤에서 거래와 커스터디 인프라를 담당한다. Jack Henry의 기존 디지털뱅킹 생태계가 이들을 수천 개 금융기관과 연결한다.

은행이 블록체인 회사가 될 필요가 없는 것이다. 필요한 인프라를 연결하면 된다.

이것은 클라우드가 기업의 IT를 바꾼 과정과 닮았다. 모든 기업이 데이터센터를 직접 지을 필요가 없어지면서 클라우드가 빠르게 확산됐다. 마찬가지로 모든 은행이 자체 블록체인과 커스터디 시스템을 구축하지 않아도 된다면 스테이블코인의 확산 속도는 달라질 수 있다.

그동안 금융업계에서는 “스테이블코인이 은행을 대체할 것인가?”라는 질문이 많았다. 고객이 은행예금 대신 스테이블코인을 보유하고 블록체인을 통해 직접 송금하고 결제한다면 은행의 역할이 줄어들 수 있다는 논리였다.

이 가능성을 무시할 수는 없다. 스테이블코인이 빠르게 성장하면 은행예금 일부가 이동할 수 있고 은행의 자금조달 구조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그래서 각국 규제당국과 중앙은행이 스테이블코인의 준비자산, 상환권, 금융안정 영향을 중요하게 보는 것이다.

그러나 9월에 나타난 움직임은 또 다른 미래를 보여준다.

은행이 스테이블코인을 자신의 서비스 안으로 흡수하는 미래다.

은행 고객은 지금 사용하던 모바일뱅킹 앱을 그대로 사용하면서 달러 스테이블코인을 사고, 보관하고, 송금하고, 해외에 돈을 보내게 될 수 있다. 고객은 블록체인이 무엇인지 몰라도 된다. TCP/IP를 몰라도 인터넷을 사용하는 것과 같다.

스테이블코인이 금융 인프라가 되면 가장 중요한 변화는 사람들이 스테이블코인을 의식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도 모르는 사이 스테이블코인을 이용하게 되는 것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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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이블코인이 들어오면 은행도 Coinbase도 달라진다

지역은행이 스테이블코인을 제공하기 시작하면 단순히 새로운 금융상품 하나가 추가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은행의 기존 사업영역과 결합하기 시작한다.

예를 들어 미국의 중소기업이 해외 공급업체에 대금을 지급한다고 생각해보자. 현재는 은행과 국제송금망을 거치면서 시간과 수수료가 발생한다.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하면 24시간 자금을 이동시키고 더 빠르게 정산할 수 있는 가능성이 생긴다. 개인의 해외송금도 마찬가지다. 더 나아가 기업 간 결제, 전자상거래, 글로벌 급여지급, 공급망 금융 등으로 연결될 수 있다.

그 순간 은행이 경쟁해야 할 상대도 달라진다. 옆 동네 은행만 경쟁자가 아니다. Coinbase, Circle, Stripe 같은 디지털 금융기업과 기존 카드사, 핀테크, 글로벌 은행이 하나의 결제 생태계 안에서 경쟁하고 협력하게 된다. 은행과 암호자산 산업의 경계가 흐려지는 것이다.

Coinbase의 위치도 달라질 수 있다.

Coinbase를 단순히 암호화폐 거래소로 보면 Stablecore와의 협력이 작게 보인다. 그러나 Coinbase가 은행의 뒤에서 거래와 커스터디 인프라를 제공하기 시작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고객이 Coinbase 앱을 직접 사용하지 않더라도 은행 서비스를 통해 Coinbase의 인프라를 이용하게 될 수 있기 때문이다.

Coinbase의 사업영역이 Crypto Exchange에서 Digital Financial Infrastructure로 확장될 가능성이 생긴다.

9월의 Stablecore 협력이 중요한 이유는 3,000개라는 숫자 자체보다 여기에 있다. 스테이블코인 산업의 경쟁이 ‘누가 코인을 더 많이 발행하는가’에서 ‘누가 기존 금융기관 뒤에서 움직이는 금융 인프라를 장악하는가’로 확장되고 있다는 신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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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gulation이 금융생태계를 바꾸기 시작했다

DRIVE에서 R은 Regulation이다. 흔히 규제는 산업의 성장을 막거나 통제하는 힘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산업대전환기에 규제는 또 다른 역할을 한다.

새로운 기술이 등장하면 처음에는 기술이 시장보다 앞서간다. 기업들은 실험하지만 규칙이 없기 때문에 대규모 투자가 어렵다. 그러다 규제의 틀이 만들어지는 순간 기존 산업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스테이블코인이 지금 그 단계에 들어섰다.

GENIUS Act가 법적 레일을 깔았다면 이제 은행, 카드회사, 결제기업, 핀테크가 그 레일 위에 올라오기 시작했다.

그래서 앞으로 스테이블코인 시장을 볼 때 시가총액만 봐서는 안 된다. 몇 개의 은행이 도입하는가, 몇 명의 고객이 은행 앱에서 사용하는가, 기업의 실제 결제에 얼마나 사용되는가, 국제송금과 카드결제에서 얼마나 정산되는가를 봐야 한다.

이 숫자들이 움직이기 시작하면 스테이블코인은 더 이상 암호자산 시장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금융산업 전체의 이야기가 된다.

9월 16일의 발표가 중요한 이유도 그래서다. 3,000개 이상의 지역은행과 신용조합이 하루아침에 스테이블코인 은행으로 변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들이 움직일 수 있는 길이 열렸다.

그리고 질문도 이제 바뀌어야 한다.

“스테이블코인이 은행을 대체할 것인가?”가 아니라 “스테이블코인이 은행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

금융대전환은 법이 만들어진 날 완성되는 것이 아니다.

법이 만들어진 뒤 기존 산업의 플레이어들이 움직이기 시작할 때 비로소 시작된다.

스테이블코인 법제화 이후, 이제 은행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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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참고자료

  • Coinbase, 2026.9.16, Coinbase and Stablecore Bring Stablecoin and Digital Asset Services to Community and Regional Banks and Credit Unions
  • Stablecore, 2026.9.16, Coinbase 협력 및 지역은행·신용조합 대상 디지털자산 인프라 확대 발표
  • 미국 의회·백악관, 2026.7.18, GENIUS Act
  • Jack Henry, Banno Digital Toolkit 관련 공식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