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V: AI에게 추천받지만 AI 광고는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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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를 가장 자연스럽게 쓰는 세대의 이상한 선택

AI를 가장 자연스럽게 사용하는 세대가 등장하고 있다.

2026년 9월 11일 CJ메조미디어가 서울과 5대 광역시에 거주하는 15~18세 청소년 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85%가 생성형 AI를 주 2회 이상 사용하고 있었다. 공부할 때뿐 아니라 정보를 찾고, 상품을 비교하고, 여가생활을 계획하는 데까지 AI가 일상 속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소비행동이었다. 응답자의 82%가 상품을 구매하기 전에 AI를 이용해 정보를 탐색한 경험이 있었고, 40%는 AI가 추천한 상품을 실제로 구매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그런데 같은 조사에서 흥미로운 결과가 하나 더 나왔다. AI를 활용해 제작한 광고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한 비율은 16%에 불과했고, 부정적으로 평가한 비율은 48%였다.

이상한 결과다.

AI에게 어떤 상품을 사야 할지 물어보고, AI가 추천한 상품을 실제로 구매하면서도 AI가 만든 광고는 좋아하지 않는다.

왜 그럴까?

단순히 “10대는 광고를 싫어한다”는 이야기만으로 설명하기에는 부족하다. 오히려 여기에는 AI 시대에 소비자가 AI와 어떤 관계를 맺기 시작했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변화가 숨어 있다.

Zalpha는 AI 자체를 거부하는 것이 아니다.

AI가 자신을 위해 일할 때와 기업을 위해 자신을 설득하려 할 때를 다르게 받아들이기 시작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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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에서 AI와 상의하는 소비자로

인터넷이 등장한 이후 소비의 출발점은 오랫동안 검색이었다.

사고 싶은 것이 생기면 Google이나 Naver에서 검색했다. 검색결과에 나타난 광고를 보고, 쇼핑몰에 들어가 가격을 비교하고, 다른 소비자가 남긴 후기와 별점을 확인한 뒤 무엇을 살 것인지 결정했다.

광고에서 검색으로, 검색에서 비교로, 비교에서 구매로 이어지는 과정이었다.

그런데 생성형 AI가 이 과정을 바꾸기 시작했다.

“20만 원 이하에서 노이즈캔슬링 성능이 가장 좋은 이어폰 세 개만 추천해줘.”

“민감성 피부에 적합한 화장품을 가격과 성분까지 비교해줘.”

“친구 생일선물로 5만 원 정도에서 괜찮은 것을 골라줘.”

소비자가 이렇게 질문하면 AI가 여러 상품의 가격과 특징, 장단점 등을 정리해 몇 가지 대안을 제시한다. 소비자가 직접 수십 개의 검색결과와 광고를 돌아다니며 정보를 모으고 비교해야 했던 일을 AI가 대신하기 시작한 것이다.

2026년 9월 일본에서 발표된 Rakuten의 Z세대 조사에서도 비슷한 변화가 나타났다. Z세대의 약 절반이 상품이나 서비스를 검토하고 구매하는 과정에서 생성형 AI를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 10대만의 현상으로 보기 어려운 이유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AI 이용률 자체가 아니다.

소비의 입구가 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과거에는 소비자가 검색창에 키워드를 입력했다면 앞으로는 AI에게 자신의 상황과 조건을 설명하고 조언을 구할 수 있다.

검색은 소비자에게 수많은 정보를 보여준다. 하지만 AI는 그 가운데 무엇이 나에게 적합한지를 골라준다.

검색에서 조언으로 이동하는 것이다.

Zalpha는 검색하는 세대에서 AI와 상의하는 세대로 이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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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도와주는 AI와 나를 설득하려는 AI

그렇다면 왜 AI가 추천한 상품은 구매하면서 AI가 만든 광고에는 부정적인 반응을 보일까?

두 상황에서 AI가 맡고 있는 역할을 비교해보면 흥미로운 차이가 보인다.

소비자가 AI에게 “나에게 맞는 제품을 추천해줘”라고 요청했을 때 대화를 시작한 사람은 소비자다.

소비자는 자신의 가격조건과 취향, 목적을 이야기한다. AI는 여러 정보를 찾아 비교하고 소비자의 조건에 맞는 제품을 제안한다.

이때 AI는 소비자의 편에 서 있는 조언자다.

광고는 관계의 방향이 다르다.

기업이 자신의 상품을 소비자에게 알리고 구매하도록 설득하기 위해 AI를 사용한다. AI가 만든 이미지와 영상, 가상인물과 메시지가 소비자에게 다가온다.

하나는 소비자가 AI를 이용해 상품을 찾는 과정이고, 다른 하나는 기업이 AI를 이용해 소비자에게 상품을 알리는 과정이다.

소비자 → AI → 상품

기업 → AI → 소비자

방향이 반대다.

물론 CJ메조미디어의 조사만으로 청소년들이 AI 광고를 싫어하는 정확한 원인이 이것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AI로 만든 광고의 품질이나 어색함, 진정성에 대한 의문 등 여러 요인이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

그러나 AI 추천에 대한 높은 수용성과 AI 광고에 대한 낮은 호감도를 함께 놓고 보면 하나의 중요한 가능성을 읽을 수 있다.

Zalpha에게 중요한 것은 AI를 사용했느냐가 아니라 AI가 누구를 위해 일하고 있다고 느끼느냐일 수 있다.

나의 선택을 도와주는 AI에는 마음을 열지만, 나를 설득하기 위해 사용되는 AI에는 훨씬 냉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차이는 앞으로 기업의 마케팅에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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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기업은 ‘소비자의 AI’에게 선택받아야 한다

지금까지 기업의 마케팅은 소비자의 눈에 띄기 위한 경쟁이었다.

좋은 광고를 만들고, 검색결과의 상단에 나타나고, SNS에서 화제를 만들고, 유명 인플루언서를 활용했다. 소비자의 관심을 먼저 차지해야 상품을 설명할 기회도 얻을 수 있었다.

그런데 소비자가 상품을 찾는 첫 번째 행동이 검색에서 AI와의 대화로 이동한다면 상황이 달라진다.

소비자가 AI에게 이렇게 묻는다고 생각해보자.

“내 조건에 가장 잘 맞는 상품 세 개만 추천해줘.”

수백 개의 브랜드가 존재하더라도 소비자가 실제로 만나게 되는 것은 AI가 골라준 몇 개의 상품일 수 있다.

기업에는 전혀 새로운 질문이 생긴다.

소비자의 AI는 왜 우리 제품을 추천해야 하는가?

인터넷 시대에는 검색결과에서 발견되는 것이 중요했다. 그래서 기업들은 검색 최적화에 많은 비용과 노력을 투입했다.

AI 시대에는 한 단계 더 나아갈 수 있다.

광고 노출 경쟁에서 검색 상위 경쟁으로, 다시 AI 추천 경쟁으로 마케팅의 중심이 이동할 가능성이 있다.

그렇다고 기존의 검색 최적화 기술을 AI에 맞게 바꾸는 정도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

소비자의 AI가 제품을 비교하고 추천하려면 가격, 성능, 품질, 사용후기, 신뢰성, 배송, 사후관리 등 제품에 관한 정확하고 검증 가능한 정보가 필요하다. 기업이 일방적으로 주장하는 광고문구보다 AI가 이해하고 비교할 수 있는 실제 제품가치와 신뢰할 수 있는 정보가 더 중요해질 수 있다.

여기에서 흥미로운 역전이 일어난다.

AI를 이용해 광고를 더 빠르고 많이 만드는 능력보다 AI가 추천할 만한 좋은 제품을 만들고, 그 가치를 정확하고 신뢰할 수 있는 정보로 제공하는 능력이 더 중요해질 수 있다.

Zalpha는 AI를 거부하는 세대가 아니다. 오히려 누구보다 AI를 자연스럽게 사용하는 세대다.

그러나 그렇기 때문에 더 까다로운 소비자가 될 수도 있다.

AI가 자신을 위해 일하는지, 아니면 기업을 위해 자신을 설득하려 하는지를 구분하기 시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기업이 설득해야 할 대상은 소비자만이 아닐지도 모른다.

소비자의 옆에서 정보를 찾고, 상품을 비교하고, 무엇을 살 것인지 함께 판단하는 ‘소비자의 AI’에게도 선택받아야 한다.

AI 시대의 마케팅은 소비자의 관심을 얻는 경쟁에서 소비자의 AI에게 추천받는 경쟁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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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참고자료

CJ메조미디어, 「Gen AI 리포트」, 2026년 9월 11일. 국내 15~18세 청소년 500명의 생성형 AI 이용과 소비행동 조사.

연합뉴스, 2026년 9월 11일. CJ메조미디어의 10대 생성형 AI 이용 조사 및 AI 추천상품 구매·AI 광고 인식 관련 보도.

Rakuten, 2026년 9월 4일. 일본 Z세대의 생성형 AI 활용과 상품·서비스 구매행동 관련 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