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생산성 혁신의 주체가 바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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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에는 기업이 새로운 기술과 업무방식을 도입하고 직원들이 이를 활용해 생산성을 높였다. 그러나 AI 시대에는 직원 개인이 먼저 자신의 업무를 혁신하고 조직이 그 변화를 뒤따르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AI는 업무시간과 비용을 줄이는 데 그치지 않고, 한 사람이 수행할 수 있는 업무의 품질과 범위까지 확장한다. 그런데 개인의 역량이 커진다고 기업 전체의 경쟁력이 자동으로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 2026년 BCG와 한국은행의 연구도 개인의 업무 효율 향상과 조직 성과 사이의 격차를 보여준다.   이번 Vol.17은 10월 15일 한국생산성본부 컨퍼런스에서 발표한 필자의 기조연설을 바탕으로 이러한 생산성 역설을 분석하고, 일과 삶의 가치 증강(WLA)과 ACSR 조직혁신전략을 제시한다. AI 시대의 경쟁력은 개인의 생산성을 높이는 능력이 아니라, 증강된 개인의 가치를 조직의 경쟁력으로 전환하는 능력에서 결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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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특집]

개인의 생산성 혁명과 조직의 가치 충돌, 그리고 ACSR 혁신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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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AI가 바꾸는 생산성의 개념, 개인의 가치방정식이 달라진다

생산성 혁신의 주체가 조직에서 개인으로 이동하고 있다

기업의 생산성 혁신은 오랫동안 조직이 주도했다. 기업이 목표를 정하고 설비와 기술에 투자하며 업무절차를 개선하면, 직원들은 그 안에서 생산성을 높였다. 더 많은 성과를 얻으려면 투입 자원을 늘리거나 조직 차원의 혁신이 필요했다.

AI는 이러한 질서를 바꾸고 있다. 이제 직원 개인이 스스로 AI를 활용해 업무시간과 비용을 줄이고, 결과물의 품질을 높이며, 과거에는 전문인력의 도움을 받아야 했던 업무까지 수행할 수 있게 됐다. 예를 들어 시장조사 자료를 수집하던 직원이 AI를 활용해 시장 변화를 분석하고 경쟁전략을 비교하며 새로운 사업기회까지 제안할 수 있다. 같은 일을 더 빨리 처리하는 수준을 넘어, 한 사람이 만들어낼 수 있는 가치 자체가 확장되는 것이다.

이를 개인의 새로운 가치방정식으로 표현하면 다음과 같다.

개인의 가치 = (업무의 품질 × 업무의 확장성) ÷ (소요시간 × 비용)

과거의 생산성 혁신이 주로 투입시간과 비용을 줄이거나 정해진 산출량을 높이는 데 집중했다면, AI는 업무의 품질과 확장성까지 동시에 높일 수 있다. 생산성의 기존 정의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개인이 창출할 수 있는 가치의 범위가 넓어지는 것이다.

개인의 생산성 혁신이 기업의 성과로 이어지지 않는 역설

그런데 개인의 가치가 커진다고 기업의 가치도 자동으로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 2026년 6월 BCG가 14개 국가·지역의 약 1만 2천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는 정기적으로 AI를 사용하는 일선 직원의 42%가 주당 8시간 이상을 절약한다고 응답했다. 그러나 전체 응답자의 66%는 절약한 시간을 어떻게 활용할지 충분한 지침을 받지 못했다.

한국은행이 2026년 6월 발표한 연구에서도 AI 활용으로 평균 업무시간이 3.8%, 주당 약 1.5시간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지만, 절약된 시간이 실제 업무 산출 증가로 충분히 이어지지는 않았다.

개인의 생산성 향상과 기업의 가치 창출은 서로 다른 문제다. AI 시대 기업의 새로운 과제는 개인의 능력을 높이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 능력을 조직 전체의 성과로 전환하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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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개인의 새로운 역량이 조직에 흡수되지 못하는 세 가지 마찰

AI를 활용하는 개인의 변화 속도와 기존 조직의 운영방식 사이에는 세가지의 새로운 마찰이 발생하고 있다.

첫 번째 마찰 — AI에 익숙한 인재와 기존 업무방식의 충돌

대학에서 AI와 함께 공부하고 문제를 해결해 온 청년들이 기업에 입사하기 시작했다. 이들에게 AI는 정보를 찾고 생각을 정리하며 결과물을 만드는 일상적인 도구다. 반면 기업은 여전히 정해진 업무절차와 보고·승인체계를 중심으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다.

직원은 AI를 활용해 더 넓은 업무를 수행할 수 있지만, 조직은 과거와 동일한 역할만 요구한다. 문제는 세대 간 능력의 우열이 아니라, AI에 익숙한 인재의 활용능력과 숙련 직원의 전문지식·판단력을 결합할 새로운 협업체계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두 번째 마찰 — 회사가 채용하지 않은 지능이 함께 일하고 있다

직원이 회사가 제공한 시스템이 아니라 자신이 선택한 AI를 업무에 활용하는 현상을 개인 AI의 업무 활용(BYOAI, Bring Your Own AI)이라고 한다.

마이크로소프트와 링크트인의 2024년 조사에서는 AI 사용자 중 78%가 개인 AI 도구를 직장에 가져와 사용한다고 응답했다. 이는 생산성을 높이는 기회이지만 정보보호와 책임의 문제도 발생시킨다. 기업은 개인 AI 활용을 무조건 금지하거나 방치하기보다 안전한 사용환경을 마련하고, 직원의 AI 활용능력을 조직의 자산으로 연결해야 한다.

세 번째 마찰 — 조직이 모르는 생산성이 숨어 있다

직원이 AI를 활용해 4시간 걸리던 일을 1시간에 끝냈더라도, 그 사실을 공개하면 업무가 늘어나거나 인력 감축의 근거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성과를 드러내지 않을 수 있다. 이처럼 개인의 AI 활용 성과가 조직에 충분히 드러나지 않는 현상을 숨겨진 생산성(Hidden Productivity)이라고 부를 수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와 링크트인의 2024년 조사에서는 AI 사용자 중 52%가 중요한 업무에 AI를 사용한다는 사실을 밝히기를 꺼렸고, 53%는 AI 활용으로 자신이 대체 가능한 인력처럼 보일까 우려했다. 직원들이 성과를 공유할 유인이 없다면 우수한 업무 개선방법은 개인에게 머물고, 기업은 새로운 생산성이 어디에서 발생하는지 파악하기 어렵다.

세 가지 마찰의 공통점은 개인이 확보한 새로운 역량을 조직이 발견하고 연결하며 확산하는 체계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AI 시대의 조직혁신은 바로 이 간격을 줄이는 데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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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AI가 만들어낸 생산성의 성과는 누구의 것인가? — WLA의 등장

AI를 활용해 직원이 주당 4시간을 절약했다고 가정해 보자. 기업은 그 시간을 새로운 업무에 활용하고 싶을 수 있고, 직원은 자신의 노력으로 확보한 시간의 일부를 성장과 삶의 질 향상에 사용하고 싶을 수 있다.

그러나 중요한 질문은 누가 그 시간을 차지할 것인가가 아니다. AI가 만들어낸 생산성의 성과를 어떻게 더 높은 가치로 전환할 것인가이다. 직원이 반복적인 자료 수집과 문서 작성에서 벗어나 고객의 새로운 요구를 분석하고 사업기회를 발굴하며 전문성을 강화한다면 기업과 직원 모두 더 큰 가치를 얻을 수 있다.

그동안 강조돼 온 일과 삶의 균형(WLB, Work-Life Balance)과 일과 삶의 조화(WLH, Work-Life Harmony)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하는 이유다. 일과 삶의 가치 증강(WLA, Work-Life Augmentation)은 AI를 통해 확보한 시간과 역량을 활용해 일의 가치와 삶의 가능성을 함께 높이자는 미래전략이다.

기업은 절약된 시간을 고객서비스 개선과 새로운 사업기회 발굴 등 고부가가치 업무에 재투입하고, 직원은 전문성 개발과 자기계발, 건강과 가족 등 삶의 가치를 높이는 데 활용할 수 있다. 이러한 접근이 필요한 이유는 생산성 향상이 삶의 질 개선으로 자동 연결되지 않기 때문이다. BCG의 2026년 조사에서는 정기적으로 AI를 사용하는 직원 중 3분의 2 이상이 직무 만족도 향상을 경험했다고 응답했지만, 전체 응답자의 41%는 AI 활용으로 정신적 부담이 증가했다고 답했다.

WLA는 아직 효과가 독립적으로 검증된 표준 경영제도가 아니라 필자가 제안하는 ‘일과 삶에 관한 새로운 미래 모델’이다. 핵심은 시간 배분의 고정된 비율이 아니라, 기업과 직원이 생산성 향상의 성과를 함께 발전시킬 수 있는 운영원리를 만드는 것이다.

AI가 만들어낸 시간은 서로 차지하려는 여유시간이 아니라, 일과 삶의 가치를 함께 증강할 수 있는 새로운 자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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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증강된 개인의 가치를 조직의 경쟁력으로 바꾸는 ACSR 혁신전략

개인의 생산성 혁신을 기업의 경쟁력으로 연결하려면 조직의 운영방식도 달라져야 한다. 직원의 역량을 높이고, 그 성과를 발견해 연결하며, 조직 전체로 확산해야 한다. 동시에 이를 가로막는 조직의 마찰을 제거해야 한다.

이를 위한 네 가지 전략이 ACSR 조직혁신전략이다.

A — 인재의 가치를 증강하라(AUGMENT)

첫 번째 전략은 AI를 통해 직원의 전문성과 업무 수행능력을 확장하는 것이다. AI 교육을 단순한 사용법 교육으로 끝내지 않고, 직원이 기존에 수행하지 못했던 업무를 새롭게 수행하고 더 높은 가치를 창출하도록 해야 한다.

[글로벌 AX 혁신사례 ① | 일본·건설] 타이세이건설, 직원의 AI 활용능력을 조직의 역량으로 키우다 일본 타이세이건설(Taisei Corporation)은 인사부서가 중심이 돼 직원들이 자신의 업무에 맞는 AI 도구를 직접 만들고 활용하도록 지원했다. 2026년 1월 공개된 사례에 따르면 약 3,300개의 맞춤형 GPT가 만들어졌고, 기업용 챗GPT의 주간 활성 사용률은 90%에 달했다. 직원 1인당 주당 5.5시간 이상의 업무시간 절감도 보고됐다. ACSR 시사점: 인재의 가치 증강은 AI 전문가를 별도로 육성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 직원의 전문성이 AI를 통해 더 큰 가치를 만들도록 돕는 일이다.

C — 숨겨진 가치를 연결하라(CONNECT)

두 번째 전략은 직원들이 이미 확보한 AI 활용능력과 업무 개선 성과를 발견하고 조직의 지식으로 연결하는 것이다.

기업은 AI 사용자 수뿐 아니라 누가 어떤 업무를 개선했는지, 어떤 방법이 다른 부서에도 도움이 되는지 파악해야 한다. 우수한 활용방법을 공유한 직원에게 추가 업무 부담만 주는 것이 아니라 인정과 성장의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개인 AI 활용 역시 보안과 정보보호 기준을 마련하면서 창의적인 활용방법을 조직의 자산으로 연결해야 한다.

CONNECT의 핵심은 개인에게 숨어 있는 생산성을 조직이 함께 활용할 수 있는 역량으로 바꾸는 것이다.

S — 개인의 성과를 조직의 능력으로 확산하라(SCALE)

세 번째 전략은 개인의 성공적인 AI 활용방법을 조직 전체가 반복해서 활용할 수 있는 업무체계로 전환하는 것이다.

한 직원이 AI로 보고서를 빠르게 작성하는 것은 개인의 생산성 향상이다. 그 방법을 표준화하고 데이터와 업무시스템을 연결해 여러 부서가 활용한다면 조직의 경쟁력이 된다.

[글로벌 AX 혁신사례 ② | 스페인·금융] BBVA, 개인의 AI 활용을 은행 전체의 경쟁력으로 확산하다 스페인의 금융그룹 BBVA는 AI를 은행 전체의 업무방식을 바꾸는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2026년 6월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약 10만 명의 직원이 기업용 챗GPT를 사용하며, 직원 1인당 주당 약 3시간의 업무시간 절감이 보고됐다. 일부 업무흐름에서는 최대 80%의 효율 개선이 나타났다. 앞서 2025년 11월에는 맞춤형 GPT 2만 개 이상이 제작됐고, 약 4천 개가 정기적으로 활용되고 있었다. ACSR 시사점: CONNECT가 개인의 역량을 발견하고 연결하는 전략이라면, SCALE은 이를 반복 가능한 업무체계로 만들어 조직 전체의 경쟁력으로 확산하는 전략이다.

R — 조직의 마찰을 제거하라(REMOVE)

네 번째 전략은 개인의 새로운 역량이 조직의 성과로 연결되는 것을 가로막는 제도와 절차를 바꾸는 것이다.

직원이 AI로 업무시간을 절약해도 평가·보상체계가 과거와 같고 승인 절차가 그대로라면 혁신의 효과는 제한된다. 따라서 직무와 협업방식, 평가·보상체계, 업무절차를 함께 재설계해야 한다.

특히 AI가 실제 업무를 수행하는 에이전트로 발전하면서 권한과 책임의 구분이 중요해지고 있다. 자료 검색과 계약 체결, 대금 지급은 서로 다른 수준의 권한이 필요하다.

기업은 AI가 자동 수행할 업무와 사람의 승인이 필요한 업무, 금지해야 할 업무를 구분하는 AI 에이전트 권한지도(Agent Authorization Map)를 마련해야 한다.

ACSR은 하나의 조직혁신 체계다

AUGMENT는 개인의 가치를 키우고, CONNECT는 그 가치를 발견하고 연결하며, SCALE은 조직 전체로 확산한다. REMOVE는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조직의 마찰을 줄이는 전략이다. 이를 조직의 가치방정식으로 표현하면 다음과 같다.

조직의 가치 = (인재 증강 × 가치 연결 × 성과 확산) ÷ 조직 마찰

이것은 실제 기업가치를 계산하는 수학 공식이 아니라 조직혁신의 원리를 설명하는 개념적 모델이다. AI를 잘 사용하는 직원이 많은 기업과 AI를 통해 조직 전체가 강해지는 기업은 다르다. 그 차이를 만드는 것이 개인의 역량을 조직의 가치로 전환하는 능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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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 2027년, 기업 경쟁력의 새로운 기준

AI는 생산성 혁신의 주체와 방식을 바꾸고 있다. 조직이 혁신을 주도하고 개인이 따라가던 시대에서, 개인이 먼저 자신의 역량을 확장하고 조직이 그 변화를 수용해야 하는 시대로 이동하고 있다.

WLA는 AI가 만들어낸 시간과 역량을 일과 삶의 가치 증강으로 연결하는 관점을 제시한다. ACSR은 증강된 개인의 가치를 조직 전체의 성과로 전환하기 위한 혁신전략이다.

앞으로 기업의 경쟁력은 AI를 얼마나 많이 도입했는가보다, 직원들이 확보한 새로운 역량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연결하고 확산할 수 있는가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AI가 개인을 강하게 만드는 시대는 시작됐다. 이제 기업이 해야 할 일은 그 강해진 개인들을 연결해 더 강한 조직을 만드는 것이다.

– Vol. 17 끝 –